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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눈치를 봤던 애플과 블리자드가 안방인 미국에서 혼쭐이 나고 있다. 거대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자유'라는 가치를 접어두었던 대가를 치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연방 상원 의원은 론 와이든을 포함한 미 상원과 하원 의원 5명은 최근 애플과 블리자드에 서한을 보냈다. 모두 양사가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둔 조치를 비판하는 내용이다. 이번 서한은 당적과 관계없이 공통된 의견을 내놓았다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론 와이든 미 상원의원
우선 팀 쿡 애플 CEO에게 보낸 서한은 홍콩 시위대가 사용하는 앱을 앱 스토어에서 삭제한 것을 "강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애플은 홍콩 '시위대 앱'이라고 불리는 'HK 맵'을 퇴출한 바 있다. HK 맵은 홍콩 시위대가 경찰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데 활용한 앱이다. 경찰을 피해 시위를 펼치기 위한 수단이었다. 텔레그램 등 메신저에서 공유된 정보를 모아 경찰 위치뿐만 아니라 최루탄 사용 여부도 알려준다.
HK 맵 앱화면
최초 애플은 HK 맵이 현지 법을 위반했다며 앱스토어 등록을 불허했다. 앱 불허에 대한 강한 비난 여론이 일자 애플은 앱을 전격 허용했으나,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가 애플이 시위대를 돕는다고 강하게 비판하자 다시 앱을 삭제했다. 중국 인민일보도 '애플이 홍콩 깡패들을 안내하는가?"라는 논평으로 애플을 비판했다.
애플은 현지 법을 준수하고 "사용자 보호를 위해 앱을 삭제했다"고 하지만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애플이 중국 눈치를 본 것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은 10월 iOS 업데이트를 진행하면서 홍콩과 마카오 지역 아이폰에서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아예 삭제했다. 미국 IT 매체는 "이는 대만, 티베트, 홍콩, 마카오를 독립국으로 간주하지 않는 중국 정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은 중국 지역 아이폰에서는 2017년부터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삭제한 바 있다.
이러한 행동이 미국 입법부로부터 화를 불러온 것이다. 팀 쿡 CEO에게 보낸 서한에는 "이러한 사례는 애플과 다른 (미국) 대기업이 10억 중국 소비자를 잃지 않으려고 중국 시장에 굴복한 것이라는 진심 어린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라고 밝혔다. 즉 중국 시장과 정부 눈치를 보느라 인권과 기본 자유를 지켜야 한다는 가치를 포기했다는 지적이다.
홍콩 시위대 마스크를 쓴 블리츠 청 선수(오른쪽)과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린 중계진
블리자드도 논란을 피할 수 없었다. 미 상·하원 의원 다섯 명은 블리자드에도 비판 서한을 보냈다. 블리자드의 게임 하스스톤 프로게이머 블리츠 청 선수에 대한 제재 행위가 초래했다. 최근 하스스톤 대회에서 우승한 홍콩 출신 블리츠 청 선수가 인터뷰 자리에서 홍콩 시위대를 상징하는 마스크를 쓰고 "홍콩에 자유를 달라. 이는 우리 시대의 혁명"이라고 외쳤다. 반중국 홍콩 시위대의 구호다.
블리자드는 대회 규정을 들어 "블리자드 또는 하스스톤을 대변하지 않는 개인행동을 금지한다"라며 대회 상금과 1년간 대회 출전 권한을 박탈했다. 이에 블리츠 청을 응원하는 네티즌들이 블리자드 불매 운동을 펼치며 반발했다. 블리자드는 블리츠 청 선수의 상금을 돌려주기로 했다. 출전 권한 박탈도 1년에서 6개월로 줄였다. 블리자드는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과는 관계없다"라고 선을 그었지만, 타격을 입은 회사 이미지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론 와이든이 소셜 미디어에 올린 서한 전문
미국 의원들이 블리자드에 보낸 서한에는 블리자드가 중국 기업 투자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기업이란 점을 강조하면서 "(블리자드가) 개인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옹호한다고 하지만 정작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중국 시장에 굴복할 것인지 표현의 자유와 같은 미국적 가치를 지킬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애플과 블리자드뿐만 아니라 구글도 과거 중국 눈치를 보며 현지 맞춤형 검색 엔진을 개발하려다 내외부 반발로 포기한 바 있다. 향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택할지 고민해야 할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