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이로111번길 6-1
상호: 참치마찌(이동점)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는 날입니다. 포항에 사는 친구가 자기 동네에 참치 맛이 끝내주는 집이 있다면서 이번 모임장소는 반드시 포항이어야 한다고 강력추천하는 탓에 갤갤거리는 차를 몰고, 투덜거리는 친구를 싣고 포항으로 향했습니다.
아, 안쓰러운 내 폰 카.. 밤이라서 밖에서는 아무리찍어봐야 간판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고등학교 때 학급 실장을 하던 친구가 추천한 집이라 실장추천을 먹기로 합니다.
실내인테리어, 일본 분위기라고 하면 떠오르는 건 다 갖다 놨네요. 흠.. 저 바다 밑에서 참치를 잡아왔다는 느낌이 물씬 풍깁니다. 그 와중에 벽에 있는 시가 궁금해서 검색보았습니다. 제목은 헤이케 이야기. 인생사 바람앞의 티끌과 같다는 내용, 작자미상의 민중가요쯤 되는 시 또는 노래인 듯합니다. 왕을 등에 업고 있던 헤이케(다이라) 가문이 미나모토(겐지) 가문과 크게 한 판 붙은 결과 다이라 가문은 쫄딱 망했고 살아남은 겐지 가문이 가마쿠라 막부를 열었다는 스토리의, 예전에 보았던 일본드라마 '차나왕 요시츠네'의 내용과 시대적 배경이 같네요.
반대편을 보면 매우 한국적인 정서의 인테리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건 르누아르의 그림인가요. 앞에는 일본판화, 뒤에는 인상파의 그림. 이보다 더 한국적일 수는 없습니다.
저희는 방에 들어가 좌식 테이블에서 먹었지만 입식 테이블도 있습니다.
원래 1인당 43,000원짜리를 먹기로 했는데 화장실에 갔다온 사이에 60,000짜리로 다시 주문했다고 합니다. 6만원부터 혼마구로가 본격적으로 나온다고 하네요. 품격있게 바꾸었답니다. '사장님, 저희 좀 좋은 걸로 먹을게요. 6만원짜리 주세요.'
직원이 나가자마자 품위는 부서집니다. 양반김이 무한리필이라니. 이 귀한걸! 다들 김을 뜯어서 한 웅큼씩 입에 줏어넣기 바쁩니다. '마! 내가 뜯었다 아이가! 니껀 니가 뜯어 무라!'
쓸데없는 사진을 계속 올리는 건 제가 중요한 사진을 많이 찍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수명이 다 되어 가는 폰카에서 멀쩡하게 나온 사진이 없을 뿐.

오늘 모인 친구 중에 힘든 가장이 있어서 술은 '아빠, 힘내세요'라는 뜻의 간바레오또상을 주문합니다. 아, 제가 그 가장은 아닙니다.



참치는 무한리필이었습니다. 아, 김 먹지 말껄. 배고파서 참치 나오기 전에 김을 다섯봉지나 먹었는데..양반김이라 좋다면서 마구 먹은 걸 후회합니다. 그래도 다행입니다. 성경김이었으면 여덟봉지를 먹었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가게에서 참치는 처음 먹어봅니다. 다들 좋다니 좋은 줄 알지... 기름에 찍어먹으니 기름맛이 참 좋더군요. 옆에 있던 친구들 말로는 여기 맛이 참 괜찮다고 합니다. 적절한 온도와 식감, 다양한 부위가 나온다던가.

참치를 너무 열심히 먹고 있으니 훼방공작으로 초밥을 내어주더군요. 이렇게 큰 초밥을..


튀김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생선 조림과 튀김도 나옵니다. 아가미 부분인 것 같은데 참기름을 너무 많이 먹은 탓에 느끼해서 마냥 많이 먹지는 못했습니다. '개 발에 주석편자'라고 음식도 자기한테 맞는걸 먹어야 합니다. 저는 왜 돼지국밥에 수육 한 접시, 소주 한 병 생각이 간절히 났을까요.
무한리필에 다양한 부위의 참치를 맛 볼 수 있었고 지인들끼리 조용히 먹기 좋은 편안한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김 말고 참치에만 집중하라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맛도 좋았습니다. 진짭니다. 이렇게 쓰긴 했지만 정말 맛있었습니다.

이런 느낌을 기대했지만.. 지금껏 살면서 음식을 먹는데 이런식으로 전기가 통하는 느낌은 딱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중학교 클럽활동 시간에 간식으로 나온 빵을 먹을 때.. 뒤에 앉은 친구가 딱딱이로 내 등을 지졌을 때, 한 번은 고등학교 때 복도에서 껌 씹고 지나가는 걸 보신 선생님이 갑자기 내 따귀를 때렸을 때.. 음식을 먹으면서 받는 짜릿한 느낌, 이제 두 번 다시 느끼지 못하는 걸까요.
맛집정보
참치마찌
대한민국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잠동 대이로111번길 6-1
이 글은 Tasteem 컨테스트
나에게만 집중해요, 조용한 맛집에 참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