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2기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가 연기되었다. 지난 구정에 오픈하기로 했던 우리은행 2기 차세대 시스템은 구정 몇칠전 시스템 오픈을 연기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잠정적으로는 5월 8일 시스템 오픈을 하기로 했다고 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1기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여신관리시스템인 크레피아의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팀장의 역할을 담당했다. 1기 차세대도 1차는 실패로 끝났고 2차에 간신히 성공을 거두었다.
금융권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상당한 위험을 수반한다. 여기서일일히 금융권 기업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은행, 보험, 증권, 카드사의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실패한 사례가 없지 않다.
이 때문에 빅뱅(big bang)식의 차세대 프로젝트 보다는 해외의 점진적 개발방식이 더 탁월하다는 견해도 있다. 점진적 접근이든 혹은 빅뱅식 접근이든 보다 근원적 질문과 고민에 대해 먼저
답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성공한 경우 빅뱅식의 차세대 프로젝트가 더 비용효율적이다. 점진적 프로젝트는 시스템의 상호운영성과 IT 기술발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빅백식 차세대 프로젝트가 더욱 비용효율적이기는 한데, 그 위험도 높지만, 개발자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위험하다. 차세대 프로젝트의 성공은 개발자의 희생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과장이 아니다. IT의 비즈니스 시스템은 수시로 대외환경의 변화를 반영해야 함은 물론, 참여자의 학습곡선에 따라 변화가 무쌍하기 때문이다.
둘째, IT 프로젝트는 지식산업인데 이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지식산업이란 설계자와 분석자 및 개발자 개개인의 역량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James Gosling와 Erich Gamma 등의 GoF 등을 단순히 특급개발자로 취급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지식산업이란 문화적 접근과 변화관리(mind change) 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PMBoK에서 제시하는 프로젝트 관리기능 이상의 것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프로젝트 관리의 측면에서 손무의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에 빅뱅식 접근이 필요한 가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필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4차산업혁명이 이음동의어라고 판단한다. 각 용어의 미세한 차이가 있고 맥락적 활용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큰 방향에서 다르지 않다. 4차산업혁명은 지식혁명이며 Digital Transformation은 혁신의 변혁을 포괄한다. 지식혁명이란 지식의 생산, 유통 및 활용에 질적 변화가 있음을 의미하며, 혁신의 변혁이란 innovation failing cost가 낮아짐을 의미한다. 혁신 실패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혁식은 전방위적이되며 그 빈도가 빨라진다. 혁신의 변혁의 원인은 3D printing, 저가의 센서, 초저가 컴퓨터, 빅데이터, open source software, open source hardware, clouding system 등 때문이다.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애 차세대 프로젝트 또한 disrupted 되어야 한다.
넷째, 우리 한국적 IT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의 차세대 프로젝트의 화두와 2010년대의 차세대 프로젝트의 화두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즉, 2000년대의 차세대 시스템은 main frame에서 open system으로의 전환과 middle ware의 도입에 따른 트랜잭션 관리 등을 통한 비용절감, 유지보수성 비용 감소 및 신규상품개발에 대한 유연성 보장 등의 목표가 명확했다. 그러나 2010년대의 차세대 프로젝트에는 차별적 화두를 찾기 어렵다. 즉, 2010년대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기존 시스템의 노후화가 큰 원인이다. 10년 정도되면 정보시스템은 노후화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개인적 경험으로 금융권의 정보 시스템 노후화의 원인은 복잡하다. 2000년대 차세대 시스템 구축 이후 지나친 유지보수 인력의 감축이 그중 가장 큰 원인의 하나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많은 금융권에서 차세대 프로젝트 이후 유지보수 인력을 많게는 1/2로 줄였기 때문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로 인해 정보 시스템의 업무 coverage는 늘었는데, 유지보수 인력을 줄인 것은 금융권의 실착이다. 또한 대부분의 금융권에서 우리FIS와 같은 Shared Service Center를 만듦으로써, IT 인력의 충성도를 낮추는 데 큰 기여를 했다는 것도 반드시 지적해야 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에 핵심역랑이 되는 IT 인력을 외주화 한다는 것은 전략적 실책이다.
다섯째, 개념 모델링과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차세대 시스템 등의 정보 시스템은 기능 중심이다. 즉, 해야할 기능에만 집중하고, 시대적 방향에 대한 고민과 차세대 시스템의 철학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니 2000년의 차세대와 2010년의 차세대는 도돌이 표가 된다. 다시 말하자면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이다. 큰 방향성을 가진 개념설계가 필요하다. 객체지향언어가 가지는 약속에 의한 코딩은 전체 시스템의 방향성을 지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될 때에 비로서 정보시스템의 개발은 도돌이표가 아니라 축적과 누적이 가능하다. 물론 축적과 누적은 개념설계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누적되고 머무른다.
우리은행 2기 차세대 프로젝트에 아는 동료와 후배가 참석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들이 고생할 것을 생각하면 우선 마음이 아프다. 그러나 몇가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손무의 도천지장법을 기준으로 질문을 하겠다. 물론 답을 기대하고 물어보는 것은 아니다. 금융권을 비롯한 차세대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분들에게 드리는 조언 정도로 받아주면 좋겠다.
도(道): 지식산업인 정보시스템 구축사업에서 개발자 개개인을 얼마나 고려했는가? 단순히 비용효율성과 머릿수만으로 개발자를 대하지 않았는가? 그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어떤 예산과 정책을 수립했는가?
천(天):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비롯하여 법률 변화와 비즈니스 환경변화에 어떤 대응을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는가?
지(地): 차세대 프로젝트, 특히 은햄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다수의 단위 프로젝트가 병행 진행되는 고도로 복잡한 프로젝트이다. 각각의 단위 프로젝트의 특성과 한계 및 연계성에 대해서 충분히 고려하고 확인했는가? 특히 크레피아 시스템의 경우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모두 녹아 있는데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접근했는가?
장(將): 우리은행과 우리FIS에 필요한 만큼 차세대 역량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배치되어 있었는가? 그리고 SI사인 SK C&C에는 충분한 정도의 차세대 전문가가 포함되어 있었는가? 리더십이 발휘될 수 있도록 권한을 총괄 PM에게 충분히 위양했는가?
법(法): 프로젝트 진척관리 및 위험관리를 투명하게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는가? 프로젝트 품질 및 진척관리의 자동화를 통한 효율성 확보와 효율성 확보를 통한 의사소통의 원활화에 어떤 자원을 배치하고 그 규칙을 정했는가?
우리은행 차세대 프로젝트가 좀 늦었더라도 착실히 진행되기를 바라고 응원한다.
한때는 IT 개발자,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컨설턴트였고 지금은 퓨처리스트인 윤기영이었습니다.
(c) 윤기영,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