멧돼지의 출현/cjsdns
말로만 듣던 멧돼지
떼거지로 다닌다는 말은 들었어도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다.
어린 시절
포수 아버지를 둔 아이가
떠들어대는 멧돼지 이야기는
무협지 속에 이야기처럼 들렸었지
아이의 아버지, 박포수의 무용담은
큰 산맥을 넘고 넘는 이야기였으며
목숨을 내건 호랑이 사냥처럼
용맹함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었지
그러나, 곰도 아닌 멧돼지는
쓸개 때문에 죽어가던
슬픈 이야기의 불쌍한 주인공
그런데, 그런데 어느 날
사람들이 먹고살만한 세상이 되니
큰 산에나 살법한 멧돼지를 위해
세상이 변했다며 생태계를 핑계로
마나 같은 법령을 제정하니
이 동네 저 동네 넘나들며 마구잡이로
망나니 같은 짓에 피해가 속출해도
보상해주면 될 거 아니냐며 끄덕 않던 정부
그 정부가,
돼지 열병에는 발끈해서 사살 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