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에 사는 우리들은 마침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을 잣대로 살아간다. 정보의 질조차도 깊이보다는 폭이 중요한 시대다. 새로 생긴 개념은 아니다.
하나만 아는 사람은, 그 하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라는 말은 오래전부터 우리의 격언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이 팔 수 있는 깊이에 한계가 있듯, 한 사람이 넓힐 수 있는 폭에도 한계가 있다. 이제 역설적으로 자신의 폭을 그만 넓힐 때이다. 들어오는 정보보다 버려야할 정보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우리는 정보를 잘 버리지 못한다. 정보를 입수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선택과 집중"이란 말이 다시 회자되고 있는 걸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 스스로 필요없는 정보를 잘 버리지 못해 많이 피로해져 있다.
한 때 우리는 뇌기능을 10%도 사용하지 못하다는 말에 빠져 있었다. 우리 정신용량의 한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과학은 이미 우리가 100%를 충분히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이제 공중에 떠다니는 공짜 정보들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잡동사니 쓰레기인지 잘 구분해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다.
실검과 tv채널 나는 이 두가지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정보창이라고 생각한다. 매콤하고, 짭짤하며, 달달하지만 삶의 영양분이라고는 없는 수많은 정보들은 실검을 통해서 시간을 소비하게 만들고, 검색포털을 이용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거의 동시에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내 생각과 감정노동의 순위를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실검순위에 따라가는 것, 이것, 정말 괜찮은 것일까?
tv채널은 틀면 내가 보고싶은 걸 보는게 아니라 내가 보고싶게 만드는걸 골라야 하며 어떤 자유의지도 개입되지 않는다. 그래서 역시 매콤하고, 짭짤하며, 달달하게 감각을 자극해서 고르게 만든다.
실검과 tv채널이 '나쁘다'고 하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끔은 생각없이 남이 골라주는 걸 보고싶을 때도 있고, 또 톡톡 튀어나와주는, 정제된 정보를 한눈에 보고싶을 때도 있으며, 원래는 몰랐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그 방식을 통해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검과 tv채널은 분명 유익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의지를 갖고 먼저 찾아서 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맛있게 먹기 위해서 재료를 사고, 시간을 들여서 요리를 하고, 테이블을 차려서 먹는 것처럼. 그 과정을 겪은 정보들은 내가 먼저 필요로 하기 때문에 찾은 정보이고, 비로소 깊이 들어가는 정보이며 제대로 알 수 있고, 오래 기억에 남으며 관련된 맥락을 알 수 있게 된다. 오늘날 인스턴트성 정보의 문제는 바로 맥락이 없기 때문이다. 거의 대부분 갑툭튀다. 갑툭튀는 전부 조각이라 제대로 알고 있는 정보가 아니다. 세계적인 정론지로 평가받은 르몽드의 말처럼, "사실만 알고 진실은 모르는" 상황은 바로 그렇게 맥락을 놓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는 인스턴트를 편리함에 자주 이용하지만, 항상 인스턴트만 먹을 수는 없다. 누가 골라주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정말 필요한 정보를 찾아서 보고,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고르고 찾아서 보는 방식, 그런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