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암호화폐. 2017년 하반기부터 2018년을 뒤흔든 최고 화두의 두 단어입니다. 언론과 주변에서 하도 떠들다 보니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단어인데 아직도 기본적인 이해나 개념 정리가 안되신 분들을 위해 이 글을 시작합니다. 앞서 말하지만 저는 전문적인 프로그래머도 금융 종사자도 아닙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나 일부 고수분들이 보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일 수 있으나 그간 공부하며 어렵다고 느껴왔던 것들 중에서 거를 것은 거르고 쉽게 풀이할 것은 단순하게 설명하면서 최대한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는 배제해가며 내용을 풀어나가려고 합니다.
사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전문적으로 깊게 들어가면 정말 설명하기 난해합니다. 특히 저처럼 일반인, 거기에 더해 문돌이인 경우 더더욱 설명하기 어려운 것 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마이닝(채굴) 하기도 하고 투자하거나 실생활에 사용하기도 합니다. 암호화폐 지갑을 만들어 그곳에 마이닝 한 이더리움을 모으기도 하고 모은 이더리움을 거래소에 보내 트레이딩 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지인들과 암호화폐를 이체해 주거나 이체 받거나 하며 점점 더 실사용의 영역을 넓혀가는 중입니다.
하드포크, 소프트포크, 세그윗, 세그윗2x, 제네시스 블록, ERC20, ICO, POW, POS 등등 조금만 깊게 들어가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는 어려운 단어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굳이 위에 열거한 단어들을 자세히 알지 않아도 사용에는 전혀 지장 없습니다.
TV나 냉장고를 우리가 직접 만들지 않고 내부 속속들이 작동원리나 부품들을 정확하게 알지 않아도 대충 설명만 듣고 실제 사용하기 어렵지 않듯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TV나 냉장고의 세부 부품 목록이나 작동원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전문가가 된다면 더 좋겠지만 우리는 각자가 정해진 생활반경이 있고 서로 다른 직업과 전공분야가 있습니다.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직업을 가지지 않는 이상 적당한 비용을 지불하여 실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이용하듯이 너무 조바심 내지 말고 블록체인에 좀 더 쉽게 다가가고 이해하고 받아들여 사용하면 됩니다.
블록체인 자체가 특정 알고리즘을 이용한 복잡한 프로그램이기에 깊게 파고들수록 일반인으로서는 생소한 언어들과 이해하기 힘든 상황들을 접하게 됩니다. 혹시 블록체인을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너무 깊게 들어가다가 블록체인의 실체에 접근도 하기 전에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분들이 있을까 하여 미리 이야기해두자면 그런 복잡한 것들 굳이 너무 깊게 공부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냥 기본적인 것들만 이해하고 받아들여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겁니다.
그렇다면 쉽고 단순한 관점에서 본 블록체인은 무엇일까요? 더해서 암호화폐는 무엇일까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분명 다르지만 또 같기도 한 존재입니다. 말이 좀 이상한가요? 그만큼 둘을 따로 떼어놓고 말하기 힘든 바늘과 실과 같은 관계라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2008년 10월 31일. 수백 명의 암호학자, 수학자, 프로그래머, 등 관련 전문가, 아마추어 들은 사토시 나카모토 라는 익명의 이름에게 이메일 한 통을 전달받습니다. 그는
"나는 신뢰할 만한 제3자 중개인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거래의 당사자 간 완전히 1:1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 통화 시스템을 연구해 오고 있다"
라는 내용과 9쪽짜리 보고서를 다운 받을 수 있는 링크를 함께 보냅니다. 우리가 아는 비트코인 탄생의 순간이지요. 저는 사토시 나카모토가 직접 보내온 이메일의 내용에 블록체인 암호화폐에 대한 모든 내용이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신뢰할 만한 3자 중개인 이란 누구일까요? 재미있는 점은 '신뢰하는' 이 아닌 '신뢰할만한'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신뢰를 100% 장담은 못 하지만 그나마 다른 이들보다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은이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일상에서 신뢰할 만한 3자라 말할 수 있을만한 존재는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은행이네요. 100% 완벽하게 신뢰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은행을 믿고 소중한 돈을 맡깁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사, 보험사, 캐피털사, 카드사, 투자운용사 등의 금융권은 물론 작게는 부동산 업자부터 크게는 화폐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국가기관 및 국가 자체까지. 또 넓게는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거대 기업에까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소위 빅브라더라고 부르는 대부분의 존재가 이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신뢰할 만한 제3자 중개인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거래의 당사자 간 완전히 1:1로 운영되는 새로운 전자 통화 시스템이란 위에 열거한 신뢰할만하지만 나중에 뒤통수를 칠 수도 있는 빅브라더들 없이도 P to P, 즉 사용자와 사용자들 간에 100% 신뢰를 확보하여 직접 원하는 거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자 그렇다면 위에 아주 명확한 답이 나와있습니다. 새로운 전자 통화는 바로 비트코인이며 시스템은 블록체인입니다. 비트코인은 화폐, 블록체인은 장부(거래원장) 인 것이지요. 실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에는 2009년 이후의 모든 거래내역이 기록되어 있으며, 이 기록을 바탕으로 누구든지 비트코인 소유자를 알 수 있습니다.
또 한가지 3자 중개인이 필요 없다고 한건 비트코인은 국가나 은행이 아닌 화폐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에 의해 직접 발행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국가나 은행처럼 자기들 필요에 따라 무한대로 찍어대는 기존 국가 화폐들과 다르게 비트코인은 2100만 개라는 총 발행 한도가 정해져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블록체인을 단순히 화폐와 금융으로서의 가치만 생각하지 말고 이 세상의 모든 정보의 저장 수단으로서 가치를 생각해야 합니다. 뒤에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하겠지만 중앙 집중화된 플랫폼 없이 사용자들에 의해 발행되고 관리되고 거래되는 이 완벽한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향후 세계는 보다 공평한 정보와 부의 재분배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열거한 내용들이 언뜻 보면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이건 그야말로 엄청난 혁신이고 변혁입니다. 괜히 언론이나 전문가란 자들이 나서서 제2의 인터넷이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게 아닙니다.
국가, 기업, 기관을 망라한 그간 세계를 지배해왔던 빅브라더들 없이도 모든 개개인들이 서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누구에게는 엄청난 혁신이지만 또 그것을 기존에 지배했던 기득권들에게는 그들의 존재 자체 뿌리까지 흔들리는 재앙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일대 변혁의 기로에 선 지금 현재 모든 것들이 어수선하고 불투명합니다. 누구는 찬사를 하지만 또 누구는 독설을 내뱉고 심지어 17세기 튤립 거품에 빗대어 비트코인이 거품이며 사토시 나카모토를 사기꾼으로 비트코인을 거래하는 사람들을 바보들이나 투기꾼 정도로 몰아가는 부류도 있습니다.
실제 JP 모건체이스의 최고경영자(CEO) 제이미 다이몬은 2017년 9월 비트코인은 사기라고 말했다가 불과 5개월도 안된 2018년 1월에 그렇게 말한 것을 후회한다고 하며 비트코인은 진짜다 라고 180도 태세 전환을 합니다. 더 재미있는 건 비트코인을 사기라고 말하고 난후 JP모건 계열사들이 급락한 비트코인 ETN을 가장 많이 매수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현재의 이런 상황을 지극히 당연히 겪어야 할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토양에서 달콤한 꿀만 빨던 빅브라더들이 어떻게든 선택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기에 가능한 시간을 늦추고 대응책을 모색하는 단계라 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진입 시기만 저울질하던 상황에서 갑작스레 상승한 암호화폐에 바로 들어오기보다는 어떻게든 흠집 내고 깎아내려 최대한 저점에서 물량을 확보한 뒤 주도권을 잡기 위한 작업의 일환일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이 실생활에 자리 잡는 동안 우리는 이러한 모습들을 아주 많이, 자주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혹자는 변화의 분위기를 빨리 감지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살아남을 방법을 모색할 것이고
혹자는 변화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주변 분위기에 따라 변화를 시도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더 많은 대부분의 혹자는 기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혁신을 거부하고 비난하고 흠집 내가며 다가오는 변화의 기운을 온몸으로 저항하다 끝내 도태될 것입니다.
실제로 2018년 1월 2,660만 원까지 올라간 비트코인은 각국 정부와 제도권 내의 금융자본의 집중 견제를 받으며 등락을 거듭하고 있고 그러는 와중에도 블록체인의 가능성을 경험한 제도권 내 빅브라더들은 하나둘씩 슬그머니 발을 담그고 있습니다. 누구의 선택이 옳을지 아직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우리가 현재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다지 존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존경할만한 인물 빌게이츠가 변화에 대해서 한 말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늘 변화를 두려워한다. 전기가 발명되었을 때도 석탄도, 가스 엔진도 두려워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무지할 것이고, 이런 무지가 두려움이 된다. 행동을 변화시키려면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한다"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잘 설명해주는 말입니다.
여러분들은 변화를 두려워하는 전자입니까? 변화에 투자하는 후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