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하고 제일 먼저 한 것이 독립이었다. 지방으로 취업을 했던 이유도 있었으나 떠나고 싶은 역마살 때문에 집을 떠나 혼자 산다는 사실이 참으로 좋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의 정신은 온전히 그것이 아니었나 보다. 그날부터 나는 하루도 울지 않은 날이 없었다. 바쁜 일정과 늦은 밤까지 업무는 계속됐지만 이상하게 잠들기 위해 잠자리에 들 때면 어김없이 눈물이 났다. 그렇게 나는 매주 주말마다 무궁화호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잊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지금의 습관이 된 것 같다.
서울로 다시 직장을 옮기고, 출퇴근이 힘들어 회사 근처에 집을 얻어 또다시 독립을 하게 됐다. 그때와 다를 것 없이, 여전히 주말에는 부모님의 집으로 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 집에 가고 싶을 때가 많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랄까. 봄을 타는 것인지, 생각이 많아서인지, 우울해서인지. 가끔 가만히 있어도 감정이 슬퍼진다. 정신세계의 나도 모르는 연결 고리가 있는 걸까.
동료가 다가와 나에게 왜 이렇게 우울해 하냐고 물어본다. 내 표정을 보지 못했으나 우울한 감정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대답한다. “우울하지는 않아요. 단지 기분이 좋지 않을 뿐입니다”라고.
나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정신적인 독립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