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은 참 잘 하는 편이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건 딱 내가 노력한 만큼이라는 걸 안다.
가끔 남의 탓을 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그런 게 정말 어리석고 부질없는 일이라는 것도 안다.
시간이 없어서 무언가를 하지 못한다는 것도 모두 핑계에 불과하다.
결국 나에게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모두 내가 자초한 일인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거의 매일 반성을 하는 것 같다.
매일 밤마다 자려고 누워서는 오늘은 또 왜 이렇게 보냈을까 자책을 하곤 한다.
정말 반성 만큼은 금메달을 따고도 남을 정도로 잘 한다.
문제는 그런 생각들이 매일 이어지기만 하는 것이다.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독일전 축구경기를 보면서 불가능은 없다라는 말을 새삼 느꼈다.
우리나라가 월드컵에서 독일을 이기리라고는 정말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것도 대충 2진을 투입한 것도 아니고 이기기 위해서 전력을 다 기울였던 독일을 상대로.
독일을 이긴다는 건 브라질을 이긴다는 것 만큼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왔다.
아무리 이번 독일팀이 전력이 부진했어도 말이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지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다.
16강에 나가지 못했어도 독일을 이긴 게 더 기뻐서인지 이 너무도 놀라운 경기 결과에 대한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다.
중고등학교 때 체육시간에 뜀틀을 넘는 수업을 한 일이 있다.
손으로 짚고 넘어야 하는 뜀틀이 너무 높게 느껴져서 그 앞에까지 뛰어가서는 매번 멈추고 말았다.
부딪칠까봐 무서워서였는데 사실 난 그렇게 겁이 많은 편이다.
가슴 벅찬 축구경기를 보고 나서 터무니없이 왜 이 생각이 났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 내가 그 때 그 뜀틀을 넘었어야 했어!부터 시작해서 최근의 일까지 또다시 마음 속에서는 반성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이번에도 또 하룻밤 각오로만 그칠지 모른다.
하지만 하룻밤 각오면 또 어떠한가.
독일전으로 우리 대표팀이 안겨준 감동이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게 진하게 남아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