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나는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했었다.
덕분에 용돈을 비교적 풍족하게 벌 수 있었고 시간도 다른 힘든 아르바이트에 비하면 여유로운 편이었지만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과외라는 것이 가르치는 아이들의 성적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거라 아이들이 시험을 보는 날에는 제발 시험을 잘 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고 시험을 잘 못 보기라도 하면 아이들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게 적잖은 스트레스였다.
나는 줄곧 두 아이를 가르쳤는데 이 중 한 아이는 사실 공부쪽으로는 머리가 썩 좋은 편은 아니었다.
열심히 노력은 하는데 그러는 만큼 성적이 안 오르는 케이스라 내가 과외를 하는 동안에도 큰 발전을 하지는 못했다.
공부도 어느 정도는 머리가 따라줘야 하는데 이 아이는 같은 시간 안에 단어 하나를 외우더라도 다른 아이보다 항상 못 하는 편이었다.
그 아이의 능력을 파악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나름대로 열심히 서로 노력한 결과가 중상위권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도 아이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에 대한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거라 하루는 아이 어머님이 과외를 한번 멈추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성적이 나오지 않아 그러는 걸로 생각하고 당연히 그만두기로 했는데 그 아이가 나를 너무 좋아하고 따르는 바람에 아이 어머님의 말에 의하면 아이가 난리를 쳐서 다시 그 과외를 계속 이어가게 됐다.
아이 부모님은 과외를 하는 동안 나에게 참 극진히 잘 대해주셨다.
대학생에 불과한데도 꼬박꼬박 선생님이라고 해주셨고 서로 어려워하는 관계가 계속 이어졌다.
결국 나를 유달리 따랐던 그 아이가 미국으로 유학을 가면서 과외는 끝났다.
그리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잠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다.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안에도 가끔 학부모와 직접 만나거나 전화상담을 할 때에도 모든 학부모님들은 굉장히 예의 바르고 깍듯하게 나를 대해주셨다.
요즘 간혹 뉴스에 나오는 안 좋은 이야기들을 보면 다행히 난 모두 좋은 분들만 만난 것이다.
하물며 진짜 교사도 아니고 과외나 학원선생일 뿐이었는데도 그랬으니 감사할 일이다.
그리고 길지는 않았지만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누군가를 가르친다는 것이 정말 얼마나 힘든 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심리적으로도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신경을 쓴다는 것은 일반적인 다른 일들에 비해 경중을 가리자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닌 거 같다.
모든 선생님들은 참 대단하신 분들이다.
그리고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이다.
난 가르친다는 일이 어떤 사명감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여긴다.
대가만 바란다면 차라리 다른 일이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며칠 전 초등학교 교사가 수시로 울리는 카톡메세지 때문에 힘들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학부모들이 한밤중에도 카톡으로 불만을 따지기도 하고 갑자기 아이들이 준비물을 물어보기도 한다고 한다.
교사에게 기본적인 예의도 없이 행동하는 학부모들도 문제고 그런 부모에게서 배우는 아이들의 장래도 걱정된다.
또 얼마 전에는 선생님을 폭행하는 학생의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물론 일부에 극한된 일이겠지만 그렇다 해도 이 얼마나 개탄스러운 일인가.
선생님을 공경할 필요가 없이 단지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만 여긴다면
그냥 인터넷강의나 독학으로 공부를 하면 간단할 것이다.
물론 학교에서의 모든 배움이 선생님으로부터 나오지는 않겠지만 늘 그 중심에는 선생님이 있는 게 사실이다.
하다 못해 사소한 거 하나를 알려주는 사람에게도 고맙다고 하면서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안 되지 않겠는가.
배우려는 자세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은 배울 자격도 없다고 생각한다.
고루한 얘기로 들릴지는 모르겠으나 상하가 뒤집어지는 세상은 옳지 않다.
요즘 너무 추락하는 교권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