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여름이 되면 부모님은 온도차로 갈등을 겪으신다.
여름에도 전기담요를 약하게 틀고 자야 하는 엄마와 더위를 많이 타시는 아빠는 서로 느끼는 온도의 차이가 너무 커서 밤마다 홍역을 치르시곤 한다.
아빠는 더워서 도저히 못 자겠다, 엄마는 선풍기바람을 쐬면 기침도 나오고 온 몸이 아프다는 것인데 선풍기바람이 싫은 사람과 더운 걸 못 견디는 사람이 한 방에서 잔다는 건 정말 참기 힘든 일일 것이다.
한 명이 밖으로 나와 자면 간단한 것이겠지만 부모님은 누구도 나와서 주무시지를 않는다.
에어컨도 물론 해결책이 못 된다.
선풍기도 싫은데 어찌 에어컨을 틀 수 있겠는가.
갈등의 해결책은 요원해 보이기만 했다.
여름만 되면 반복되는 이 해묵은 갈등의 해결책은 아빠에게서 나왔다.
몇 년 전부터 아빠가 생각해내신 방법은 선풍기를 틀되 허공에다 틀어놓는 것이다.
그러니까 선풍기바람은 부모님이 누워계신 곳과는 전혀 상관 없이 애꿎은 벽으로만 가지만 그렇게 하면 그나마 그 벽에 부딪쳐서 반사되는 바람이라도 쐴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도 이것에는 별다른 이의가 없으신 듯하다.
여름밤 부모님이 주무시는 방에 들어가보면 늘 선풍기는 허공을 향해 있다.
지난해에도 그랬고 지지난해에도 그러했다.
올해에도 물론 그러할 것이다.
요즘 스팀잇에 올라오는 글들을 보면 스팀잇을 대하는 온도의 차이가 느껴진다.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되새김질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미 열기가 식어버린 느낌이 드는 사람들도 있다.
또 내가 처음에 그러했듯 온도차를 느끼지도 못하고 의욕이 넘치는 새로 입성한 뉴비들의 글도 있다.
한 부부의 온도차도 극심할 수 있는데 수많은 사람이 모인 스팀잇에서의 온도가 어찌 같을 수 있을까 싶다.
세상에는 정말 놀라울 만치 다양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가게 되어 있다.
힘든 일도 지나고 보면 때로는 좋은 추억이 되기도 하지 않는가.
선풍기에서 강풍으로 나오는 바람은 물론 더 시원하겠지만 여의치 않을 때에는 벽에서 반사되는 바람을 쐬면서 더위를 식히는 방법도 있다.
스팀잇을 대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 스팀잇은 재미있는 놀이터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스팀잇을 향한 나의 온도는 식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