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면 중간은 간다'라는 말은 어쩌면 양날의 검과도 같은 말이다.
행동하지 않아도 평균은 된다는 말은 나처럼 나서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자기합리화를 하기에 가장 좋은 말인 반면 때로는 침묵이 가장 비겁하고 나쁜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이 말을 혼자서 자주 되뇌이곤 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어서 그렇게 된 건지 아니면 이 말을 따르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다.
일종의 확증편향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평소 웬만해서는 남들 앞에서 강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
정치뉴스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늘 혼자 분노하고 혼자 삭이기 일쑤인 나같은 사람에게 투표는 가장 큰 의사표현이자 권리행사이다.
지난 토요일, 일찌감치 사전투표를 했다.
사전투표장은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줄까지 서서 기다려야 했지만 간혹 음식점에서도 단순히 먹기 위해 줄을 서게 되는 경우가 있는 걸 생각하면 감수할 만한 일이었다.
처음으로 인증샷도 찍어보았는데 이건 스팀잇을 시작하면서 생긴 변화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될 확률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안 될 걸 알면서도 찍는 마음은 썩 좋지 않다.
투표장으로 가는 발걸음도, 투표를 마치고 오는 발걸음도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사람들 중의 한 표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의사표시를 했다는 것에 만족한다.
어차피 역사의 수레바퀴는 내 의지와 상관 없이 굴러가게 되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