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아파트에서 내 신경을 묘하게 자극하는 일이 일어난다.
우리 아파트는 앞집과 마주 보는, 한 층에 두 집씩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계단참마다 꽤 큰 창문이 있다.
이 창문에는 방충망이 없다.
근데 이 창문을 누군가가 수시로 열어놓는 것이다.
밖에 나가거나 집으로 들어올 때 이 창문을 보면 거의 항상 열려 있다.
내 짐작으로는 누군가 바로 이 자리에서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는 것 같다.
그리고 담배연기가 다 나갈 때까지 기다리기는 싫으니까 그냥 창문을 열어놓고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런 일이 이맘때부터 시작해서 꽤 날씨가 쌀쌀해지는 초겨울까지 계속 이어지는데 그래도 양심이 아주 없지는 않은지 한겨울에 열어두는 법은 없다.
나름대로 추울까봐 배려를 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이게 여름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방충망이 없다 보니 여름에는 모기들이 다 이 창문으로 들어오고 우리 집에서 문을 여닫을 때마다 이 모기들이 집으로 들어오니까 말이다.
그리고 모기는 항상 나를 좋아한다.
난 정말 땀을 많이 흘리는 것도 아니고 몸에 열이 많은 것도 아닌데 모기들은 늘 내 피를 좋아한다.
가족 중에서 모기한테 물리는 사람은 항상 거의 나밖에 없다.
열려있는 창문을 볼 때마다 내가 분노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다행히 아직은 집에서 모기를 발견하지 못했지만
이제 곧 모기가 창궐할 것이고 그러면 또다시 난 어김없이 모기의 영양공급원이 될 것이 뻔하니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도 열려있는 창문을 분노에 떨면서 닫았다.
분명히 창문을 여는 자는 알고 있다.
누군가가 열심히 자기가 열어놓은 창문을 닫는다는 것을.
나는 닫고 누군가는 열고
나만 괴로운 이 지루한 암투가 이제부터 시작될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피로감이 몰려오는 느낌이다.
내 나름대로 누구인가를 추리해보기도 했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이사온 앞집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자니 너무 단순한 거 같다.
일부러라도 자기 집 바로 앞은 피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렇다면 위층일까.
오히려 위층이 더 타당한 추리일 수도 있을 거 같다.
일부러 한 층 아래로 내려와서 담배를 피우고 문을 열어두고 간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추리를 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일은 없다.
직접 현장에서 보지 않은 이상 뭐라 하겠는가.
메모를 써서 붙여놓을까 생각도 해봤다.
근데 아무래도 이렇게 하면 청소하시는 아줌마가 짜증 내며 떼어버릴 거 같다.
어쩌면 아줌마도 누가 이걸 붙여놓았을까 하며 분노에 떨지도 모른다.
한번도 현장을 보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쉽다.
현장을 포착하면 뭐라 할까 생각해봤다.
'담배 피우시고 문 좀 닫아주세요. 모기가 너무 많이 들어와요'라고 해야겠다 생각하는데
이런 불편한 일 없이 제발 그 누군가가 문 좀 닫아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