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7월답지 않은 바람이 분다.
창문을 열어두면 쾌적한 바람이 시원한 걸 넘어 쌀쌀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바람과 기온이 너무 좋아서 며칠째 밤이 되면 잠 자기 전까지는 일부러 창문을 열고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있다.
바람의 쾌적함을 최대한 느끼려면 방문도 열어두어야 하는데 그래야 거실의 창문과 통해서 부는 맞바람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맞바람의 강도가 정말 대단해서 무언가를 문에 단단히 걸쳐두지 않으면 문이 저절로 쾅 닫히고, 이 소리가 또 어마어마하다.
그제는 언니가 과자를 먹다가 봉지째 두고 나갔다.
난 침대에 기대고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tv를 보고 있었는데,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쾌적함이 이를 데 없었다.
그런데 바람이 갑자기 강하게 불면서 과자봉지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순간 과자봉지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서다 커피를 침대에 쏟고 옷은 다 젖고 과자는 과자대로 이미 남김없이 방바닥에 흩뿌려지고 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황종료를 알리듯 언니가 나가면서 건드린 문이 엄청난 소리와 함께 닫히면서 순식간에 벌어진 재앙과도 같은 일이 마무리됐다.
평온하기만 했던 방을 휩쓸고 간 돌풍(?) 때문에 결국 한밤중에 청소기를 돌리면서 과자 부스러기를 치워야 했는데 이 때는 바람이 야속하기만 했다.
어제 밤에도 또다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흔치 않은 7월의 바람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침대에 누워서 이불을 덮고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는데 순간 문에 뭔가를 걸쳐놓지 않은 게 떠올랐다.
일어나서 걸쳐둘까 생각이 들었지만 바람이 그다지 세지도 않고 무엇보다 일어나기가 너무 귀찮았다.
얼마나 됐을까.
갑자기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게 느껴졌다.
문을 보니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하길래 그제서야 너무 급하게 일어나다가 그만 팔을 삐꺽하고 말았다.
뭔가 팔이 잘못됐다 생각하면서도 급하게 뛰어갔지만 이미 문은 또다시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쾅 닫히고 말았다.
아이고 내 팔이야 하면서 또다시 바람이 야속하게만 느껴졌다.
평소에 방문을 열어두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여름의 길목에서 부는 이 시원한 바람 앞에서는 열어두지 않을 재간이 없다.
여름은 열린 계절이고 겨울은 닫힌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