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리뷰 기사에 샤오미 제품을 넣지 못했다. 1,2세대는 절판됐고 3세대는 공식 출시 전이었다. 아직도 출시 안 됐을 거다. 국내에서 정식으로 판매하지 않는 제품을 리뷰 기사에 넣을 수는 없었다.
@clayop님은 샤오미 1세대 로봇청소기를 사용한다. 로봇청소기 리뷰 기사를 썼다는 내게 강력추천을 했다. 그러면서 싼 걸 사서 주구장창 돌리면 남는 장사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샀다. 샤오미 3세대 로봇청소기 샤오와. 배송비 포함 18만원 조금 안 되는 가격이었다. 산 김에, 한 달 넘게 써본 김에 리뷰를 해 본다. 나중에 리빙면에 이와 비슷한 취지로 기사를 쓸지도 모르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너무 싼 걸 산 것 같다. 좀 멍청해서 사람 손이 많이 간다. 클레이옵님처럼 1세대를 살 걸 그랬다.
제품은 스마트폰에 우리집 평면도를 그려가며 어디서 어디까지 청소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못한다. 그냥 스마트폰을 통해 연결돼, 청소를 하고 있는지 충전을 하는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부품 교체 시기는 언제쯤 오는지를 알려주는 정도다.
그런데 집을 떠나기 전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청소기가 혼자 돌도록 해 두면, 이 스마트폰 앱이 밖에 있는 내게 십중팔구 알림을 보낸다. 청소기를 이동시켜달라거나 바퀴가 허공에 떠 있다거나 하는 에러 메시지다.
앞서 일렉트로룩스나 삼성전자 로봇청소기를 쓸 때처럼 그냥 예약청소를 시켜놓고 집을 나서면 이 놈은 20분 내로 베란다에 나갔다 돌아오지 못하거나,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을 휘감고 멈추거나, 신발 벗는 곳에 내려갔다 못 올라 오거나 해서 청소에 실패했다는 메시지를 보낸다.
제품 배터리 한계인 58분간 풀로 돌리기 위해선 바닥의 모든 케이블을 청소기 높이보다 높은 곳에 올려 놓고 베란다 창문을 닫고 바닥매트를 치우고, 벗어 놓은 신발을 대문 근처로 옮겨 놔야 한다. 바깥에 나가 있는데 이 놈이 처음 청소를 끝까지 한 뒤 무사히 충전 거치대로 돌아갔다는 메시지를 받았을 때 감동이 올 정도였다.
다만 청소 능력은 훌륭하다. 한번 돌고 나면 먼지통에 머리카락과 먼지 등이 잔뜩 찬다. 외출했다 들어오면 문간에서부터 청소된 느낌이 난다. 카페트 위에 올라가면 자동으로 출력을 높이기도 한다.
필요한 경우 스마트폰을 리모컨 삼아 기기를 조종할 수도 있는데, 그닥 조작 반응이 빠르진 않아서 원하는 부분을 청소하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 제품은 리모컨을 누르면 레이저 포인터처럼 빨간 불빛을 쏘는데 그걸 직관적으로 원하는 곳에 가리키면 청소기가 그리로 간다. 물론 삼성전자 제품은 훨씬 비싸다.
160만원짜리 일렉트로룩스 제품은 카메라로 전방 물체를 3D 인식해서 알아서 피해가며 집안 전 구역을 청소한다. 그리고 청소할 때마다 자신이 움직인 구역을 스마트폰에 표시해 준다.
샤오미 3세대는 손이 많이 가고 멍청하다. 외출 전 5분은 이 놈이 뛸 수 있게 정리를 해줘야 한다. 딱 18만원어치 로봇이다. 돈 낸 만큼 똑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