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잘 마시지 않습니다.
결혼 뒤부터 술자리가 급격히 줄긴 했지만, 아내와 마시거나 혼자 홀짝이던 술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언제 갑자기 운전을 해야 할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김주부'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집안일 대부분을 혼자서 합니다.
이젠 습관이 돼서 기계적으로 집안일을 하는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밥을 차리면서 어느정도 정리를 같이 하고, 쓰레기를 버리고 먹으면 치우고 설거지하는...
과일 깎는 스킬이 늘고 있습니다.
키위, 사과, 복숭아, 배 등 각자 깎는 법이 다릅니다.
복숭아는 먼저 자르고 껍질을 벗기는 게 편하죠.
얼마 전엔 자꾸 칼날이 껍질을 끌고 가기에 칼날도 갈았습니다.
쉴 때,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습니다.
조심 조심, 또 조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나갔다가도 언제 집으로 다시 돌아와야 할 일이 생길지 모릅니다.
쉬는 날마다 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해 먹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습니다.
점심을 먹고 치우자마자 "저녁은 뭘 먹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에게 물어보면 "묻지 말라"고 합니다.
식도락의 시절을 그리워합니다.
예전엔 먹는 즐거움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말 컸습니다.
지금은 그 때처럼 뭐든 맛있는 걸 찾아 맛있게 먹고 마실 수 없습니다.
뭔가를 맛있게 먹고 싶다는 아내가 안쓰럽습니다.
그럼에도 너무 행복합니다.
하나도 힘들지 않습니다.
하루하루 지나보내고, 날짜 줄어드는 재미에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