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경북 칠곡군이 고향이고, 대구에서 대학을 나오고 직장을 다녔던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서울 사람들이나 타지 사람들을 만나면 늘 듣는 타박이 있습니다. "대구나 경북은 음식이 너무 맛이 없더라. 뭘 사먹을만한 식당이 없더라."와 같은 지적들입니다.
우선 대구/경북 음식에 대한 낮은 평가에 일단 동의합니다. 평타 이상을 치는 맛깔스런 식당을 찾기도 힘들고, 서비스도 좀 불친절한 편입니다. 그래서 대구를 잘모르는 타지 사람들이 대구에 와서 밥을 먹고는 대구/경북은 참 맛있는 음식을 먹기 힘든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많이 가지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구/경북 음식이 맛이 없는 이유는 우선 식재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넓은 평야도 없고 사방이 산지이고, 바다가 먼 내륙 지방이다 보니 먹거리 자체가 매우 부족했습니다. 오죽하면 예전 경북 사람들을 비하해 부르는 별명이 "보리문디"였을까요? 보리밥 밖에 못 묵어본 문디들이란 뜻입니다.
저의 고모님은 19살에 전라도 고흥에 시집을 가셨는데, 평생 경상도에서 살다가 누나 시집 보내러 따라 처음 가 본 전라남도에서 우리 아부지께서는 전라도식 비빔밥을 먹어보고, 밥에 설탕 들어간 요리는 첨 먹어 봤다고 하시더군요. 비빔밥이 그렇게 꿀맛처럼 맛있었다고 지금도 가끔 이야기 하십니다. 물론 과장이 좀 섞여 있겠지만 경상도 사람들이 얼마나 먹거리에 있어 다른 지방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는지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식재료의 열악성 때문에 만들어진 지역 음식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 막창입니다. 막창은 대체로 찌개에 넣거나 거의 못먹고 버리던 부위를 손님이 된장에 찍어 먹는 것을 보고 만들어진 음식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대구를 대표하는 대표적인 요리가 되었네요.
또 납작만두라는 것도 알고 보면 6.25 피난 시절, 먹을게 없어 당면따위를 간단하게 넣고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속을 보면 당면과 실파밖에 들어가 있는게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찜갈비는 또 어떤가요? 그 맛있다는 소갈비살을 왜 그렇게 매운 양념에 범벅을 해서 먹을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기가 귀하니 매운 양념과 잔뜩 버무려 밥을 비벼 먹거나 반찬으로 먹어 소량의 고기로 최대한의 밥을 먹을 수 있게 만들어진 요리가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대구/경북 사람들의 미각은 의외로 까다로운 편입니다.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라 오히려 새로운 스타일의 음식이나 맛에 굉장히 배타적입니다. 요즘은 전국 어디나 프렌차이즈와 패스트푸드가 모든 도시를 지배하고 있지만, 한때 대구에서 창업해 성공한 음식 프렌차이즈는 전국 어디서나 통한다는 속설도 있었다. 대표적인 대구 출신 프렌차이즈는 교촌치킨, 땅땅치킨, 반야월막창, 서가앤쿡, 라라코스트 등등이 있습니다. 안동찜닭은 당연히 안동이 발원지이고...
'과연 대구에는 맛집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한 글입니다. 대구도 사람이 사는 동네인데 맛집이나 먹을만한 음식이 전혀 없을 수는 없겠죠. 앞으로 틈틈히 대구의 음식에 대해 한번씩 글을 올려 보겠습니다.
오늘은 막창의 유래에 대해 예전 개인 블로그에 올려둔 글 하나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대구 막창의 원조로 불리는 식당에 대한 소개글입니다.
https://andy9615.blog.me/120147012855?Redirect=Log&from=post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