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갔다가 온 이후에 다시 대학입시를 치뤘습니다.
입학하자마자 예비역 모임에 참여했습니다.
1학년 동기들이 저보다 4살이 어렸습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했습니다.
(그래봤자 남자 동기들은 군대를 다녀와야하고.. 제 친구들을 봐도 전 재수한 친구들과 같이 졸업을 함에도 왜 그리 당시에는 조급했는지..)
입학한 후 교내에서 전 항상 뛰어다녔습니다. 동기들과 나이 차이가 나다보니 학교생활을 즐긴다기 보다는 뒤늦은 공부를 하러 다닌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전공이 사회복지이다 보니 필수 처럼 여겨진 자원봉사활동, 아르바이트, 복수전공으로 인한 학업, 실습, 학원... 정말 바쁘게 3년을 보냈습니다. 사회복지분야에서 경험할 수 있는 자원봉사는 거의 다 해본 것 같았습니다. 주1회이상, 6개월 이상의 원칙을 갖고 자원봉사를 했기에 주 3군데 이상 자원봉사를 했었습니다.
그리고 4학년이 되었을 때 한 사회복지조사연구기관에 인턴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주3~4회 출근을 하면서 벌이보다는 배움을 위해서 그곳에서 일하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인생에서 제 첫번째 명함을 만들어 사용한 곳이었습니다. 그 연구소의 CI가 명함에 세겨졌는데요. CI는 거북이 형상을 따서 만든 모양이었습니다. 소장님의 철학이 담긴 CI라고 하더라구요. 늦더라도 함께 가자라는 철학이 담긴 거북이 모양의 CI. 그 명함을 받는 순간부터 전 학교에서 걸어다니기로 했습니다. 아니 남보다 더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러자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처럼 뛰어다니는 학생들 모습도 눈에 들어오고, 친구들의 웃음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얼마전 당시 소장님을 뵈었습니다. 이젠 대학교 교수님으로 재직중이신 소장님.
30대 초반의 소장님이 이젠 50대 대학교 교수님으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거북이는 아니지만, 느림을 대표하는 동물이 있죠.
바로 달팽이 입니다.
약 한달전 큰아이가 아파트 잔듸밭에서 달팽이 2마리를 발견했다며 집으로 가지고 왔습니다.
전 얼마나 키우겠냐며 얼릉 놔주고 오라했습니다.
아이들은 엄마를 설득시켜 마트에서 상추 한봉지를 사왔네요.
그리고 여름에 사뒀던 곤충 채집통에 상추와 달팽이를 넣고는 물을 뿌려줬습니다.
열흘쯤 지났을까 이젠 아이들이 관리하기 싫은지 놓아주자고 하네요.
겨울잠을 자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못잔다고..
그때 부터 제가 매일 달팽이 집을 청소해 주고 있습니다. 상추도 매일 깨끗한 것으로 갈아주고요.
달팽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대학생때 그 거북이가 생각나더라구요.
그런데 오늘은 정말 달팽이들을 위해서 놔줘야 할 것 같습니다.
달팽이를 볼 때마다 상추 뒤쪽으로 숨어있는 것 같아요. 빛을 싫어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자유를 원하는 것인지..
20여일 동안 나를 위해 달팽이 보살핀다는 명목으로 가둬놨던 것은 아닌지 생각해봅니다.
달팽이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