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즈화는 조선전쟁의 기원문제를 언급하면서 국제전으로서의 조선전쟁은 ‘그 발달과정과 최종결과를 놓고 보면, 사실상 중국(소련의 원조와 지원을 받는)과 미국간의 전쟁’이라고 규정한다.
전쟁의 진행과정을 놓고 보면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고 해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중국과 미국간의 관계로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다. 중국의 한국전 참전은 그 과정과 결과이지 그 기원은 아니다.
션즈화는 한국전쟁의 기원을 논하면서 직접적인 군사적인 충돌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쟁의 기원은 직접적인 원인과 간접적인 원인으로 흔히들 나눈다. 간접적인 원인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역사학이다. 그런 점에서 션즈화는 직접적인 원인을 주로 다루고 있고 더 중요한 간접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별로 다루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션즈화의 저서가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은 그가 많은 사료를 발굴하고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자료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문제의 핵심에 들어가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한국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오쩌둥과 스탈린이 어떻게 생각했었는가 하는 것인다. 유감스럽게도 두 사람모두 회고록과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정말 중요한 회의는 아예 회의기록을 남기지도 않았다. 중국은 초기 국가문서관리제도의 미비로 많은 기관들은 공식문서를 보유하지 못했다. 또한 스탈린도 자신과 다른 외국 최고지도자간의 비교적 민감한 대화내용을 남기지 못하게 했다(30)
결국 많은 자료를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전쟁의 많은 부분은 주관적인 추측의 영역으로 남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한편 션즈화가 밝힌 책의 연구 방향은 다음과 같다.
“지금까지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 공개한 공식문서 및 관련있는 구술사 사료를 종합적으로 이용하여 중국과 소련이 동맹을 맺게된 주관적 동기와 객관적 조건, 당시의 국제적 배경하에서 중소동맹의 실질적인 결과와 객관적 영향, 중소동맹과 조선전쟁의 발발사이에 과연 어떤 관계가 있는가, 중소동맹 결성후 조선문제에 대한 정책에서 나타난 불협화음, 미국이 38선을 넘어 진격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동맹국이었던 중국과 소련의 각각의 분석과 서로 다른 대책, 마오쩌둥은 언제 그리고 어떻게 중국군의 파병을 결정하게 되었는가, 중국이 조선전쟁에 참가한 후 종소간의 동맹관계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31)
션즈화는 중국의 동북지역에 대한 이해관계로 인해 중국과 소련이 1945년 중소조약으로 인해 소련이 한반도에 관심을 가졌고 이것이 한국전쟁의 기원이 되었다고 보고 있다.
즉 중소동맹 조약의 체결이 직접적으로 한국전쟁의 발발을 초래한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션즈화의 주장은 기존의 한국전쟁에 대한 소련과 중국의 공모론에 대한 반론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즉 한국전쟁은 중국의 동북지역에서 이권을 상실한 ‘소련이 아시아지역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지역이 조선반도라고 인식했으며, 이것이 바로 그가 김일성의 군사력에 의한 조선의 통일계획에 동의하게된 가장 중요한 원인이자 동기'(33)라는 것이다.
그리고 션즈화는 ‘소련이 조선문제에 대해 새로운 결정을 내리게 된 동기는 아시아에서 소련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보호하고 중소관계 변화의 결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지, 소미관계에 대한 고려 때문은 아니었으며 중미관계 때문도 아니었다'(34)라고 주장하고 있다.
션즈화의 이런 주장은 중국이 한국전쟁의 발발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는 냉전적 상황의 이데올로기적 측면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으며 소련이 제국주의적 야욕으로 북한을 사주해서 전쟁을 일으켰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션즈화의 이런 주장에 동의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책을 번역한 최만원이 션즈화의 해석에서 편향성을 언급한 적이 있다. 매우 동의하기 어렵지만 이를 교정하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기도 어렵다.
스탈린이 극동지역에서의 패권을 꿈꾸어서 한국전쟁을 일으켰다기 보다는 중국과 소련 모두 한반도에 대한 야욕이 다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것 같다. 스탈린은 방어적 측면에서 한반도를 완충지역으로 확보하고자 했다. 한편 중국도 마찬가지다. 동북지역에서 소련의 영향력을 배제한 중국은 한반도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했을 뿐이다. 결국 소련과 중국 모두 한반도로 진출하고자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올린이:admin2019년 12월 15일게시됨: